과세보다 기본법 제정이 먼저라는 주장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두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과세 인프라 정비를 먼저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과세 유예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유예 여부나 시행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관계부처와 국회의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 시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력 긴급 점검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세 형평성과 시장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면 가상자산 과세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의 기본 규칙과 산업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1월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법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할 수는 없다.”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과세 유예 기간은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과세 준비 과제와 이행 시한을 정한 뒤 그 기간만큼 설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날 발언은 국회의원들의 정책 의견이며, 법률상 과세 시행 일정이나 유예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 “안정적으로 시행할 방안 숙고”
정부는 과세 유예를 결정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부처와 소통하고 국회와 충분히 협의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이 납득하고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 —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
이번 논의에서 제기된 핵심 쟁점은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개인 지갑을 오가는 거래를 과세 체계가 얼마나 포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내 거래소의 거래 자료는 확보하더라도 해외 플랫폼이나 탈중앙화 서비스에서 발생한 거래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면 과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이용자의 거래 경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과세 대상 소득과 자료 확보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일정은 현재 법률상 유지되고 있다.
- 민주당 의원들은 기본법 제정과 제도 정비를 이유로 유예를 주장했다.
- 재정경제부는 관계부처 및 국회 협의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논의도 변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상장 등 생태계 전반을 다루는 종합 법안으로 소개됐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을 포함한 2단계 입법의 성격도 갖는다. 다만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여부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으로 구성할지 등 주요 쟁점은 의견이 갈리는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11월 중 정부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연내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대통령 보고에서 연내 법안 처리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전해졌다. 정부안 제출과 국회 심사는 과세 제도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절차가 될 전망이다.
토론회에서는 과세의 목적과 시행 순서를 둘러싼 의견도 제시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내 자본이득 과세가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논의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대학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의 목표를 세수보다 제도에 대한 신뢰 형성에 둬야 한다며 시행 조건과 순서를 정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향후 입법 및 정책 논의 과정에서 검토될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