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요건을 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당초 거론된 일정을 넘긴 가운데 국내 논의가 장기화하고 있다. 법안은 3월과 9월 제출 가능성이 차례로 제기됐지만 10월 31일 현재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하나의 입법 틀 안에서 맞물리면서 쟁점이 풀리지 않는 양상이다.
플래텀에 따르면 당정은 3월 간담회에서 법안 제출을 추진했지만 중동 정세 악화와 증시 불안을 이유로 협의를 미뤘다. 5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 안건에서도 제외되면서 상반기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6월 지방선거와 8월 여당 전당대회를 거쳐 9월 제출이 다시 거론됐으나 공청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채 국정감사 일정으로 넘어갔다.
국내 법안의 두 가지 쟁점
금융위원회는 9월 22일 정부안 제출이 늦어지더라도 기존에 발의된 의원안을 토대로 11월 법안소위 논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월 22일 종합감사에서 정부안이 막바지 협의 단계라고 답했다.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에서 한국은행은 은행이 지분 과반인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찬성하지만, 방식은 정부와 합의한 민간 은행 주도 컨소시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기초자산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은행이 발행하면 안전하고 은행이 아니면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가 어디서 나왔느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2일 종합감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금융위원장은 혁신과 안정을 조화시키는 정부안을 마련했으며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발행 주체 논의는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 안정성을 어떤 주체에게 맡길지에 관한 문제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별도의 성격을 가진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해 온 방안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대체거래소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방안에 대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두 차례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8월 26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지분 상한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태연 변호사는 10월 21일 금융포럼에서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분 제한을 한 법안에 담은 통합형 입법 구조가 거래소 지분 논쟁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연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규제는 대상이 다르지만 같은 법안에서 함께 논의되면서 입법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은 은행 중심으로 소매 결제 진입
홍콩은 발행 인가를 먼저 정리한 뒤 결제 서비스로 범위를 넓혔다. 홍콩은 2025년 8월 1일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했고, 36개 기관의 신청을 받은 뒤 2026년 4월 10일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주도 합작사 앵커포인트 두 곳에 첫 발행 인가를 내줬다.
HSBC는 10월 23일 자사 간편결제 앱 ‘페이미’에서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레드코인(RCHKD)을 출시했다. HSBC는 페이미 이용자 330만여 명을 대상으로 지갑을 순차적으로 활성화하고, 개인 간 송금과 10만여 가맹점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지역 | 발행 구조 | 최근 진행 |
|---|---|---|
| 홍콩 | 은행 중심 인가 | 10월 23일 소매 결제 시작 |
| 일본 | 은행·자금이동업자·신탁회사 |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1년 경과 |
| 한국 | 은행 과반 컨소시엄 논의 | 정부안 국회 제출 지연 |
일본은 발행 주체별 경로 구분
일본은 2023년 6월 시행된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발행 주체에 따라 세 가지 경로를 열었다. 은행은 예금 형태, 자금이동업자는 상환청구권이 붙은 형태, 신탁회사는 신탁수익권 형태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이 제도 아래 핀테크 기업 JPYC는 2025년 8월 자금이동업자로 등록한 뒤 같은 해 10월 첫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 SBI홀딩스와 스타테일은 기관용 엔화 코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MUFG·SMBC·미즈호 등 일본 3대 은행은 2026회계연도 안에 공동 발행 코인의 실거래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홍콩이 은행 중심 모델로 소매 결제에 들어갔다면 일본은 발행 주체와 상품 형태에 따라 요건을 나누고 비은행 사업자의 발행을 먼저 허용했다.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과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가 같은 법안에 담긴 상태로, 정부안 제출과 국회 논의의 선후가 핵심 일정으로 남아 있다.